• 사망년 1학기

    2023. 6. 19.

    by. 안녕진

    3학년에 사망년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닌 것 같다.

     

    전공 4.5를 받고 싶다는 강박적인 목표에 사로잡혀서 정신적 / 신체적으로 너무 피곤했다.

    다른 학기에도 피곤했던 것은 마찬가지지만, 피곤함의 밀도(?)가 달랐다.

     

    연구실 일도 거의 참여하지 못 했다.

    학부생 수준에, 연구 경력보다는 성적이 우선되지 않을까라는 핑계로 우선순위를 낮게 생각한 탓이었다.

     

    회사 일도 나름 시간 쪼개가며 하긴 했지만, 솔직히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렇다고 학교 공부를 열심히 했는가?라면 또 그것도 아니다.

    수업시간에 최대한 다 이해하려 하고 과제도 스스로 해결했지만, 그 외에는 따로 복습을 한다거나 다른 친구들처럼 블로그에 정리하는 시도는 하지 못 했다.

    결과적으로 시험 보는 모든 과목을 하루 전 벼락치기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얼마나 해야 열심히 했다고 할 수 있는지 기준을 정해야 하겠지만,

    자기 만족이라고 기준을 정한다면 모두 기준 미달이었다.

     

    이 글에서는 이번 학기가 왜 만족스럽지 못 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어떤 글을 쓸지 윤곽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휘갈기는 글이라 읽기 불편할 수 있다.


     

     

    시간 관리 실패

    나는 정말 극한의 즉흥형 인간이다.

    하지만 시간을 쪼개서 잘 사용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시도도 몇 번 했었다.

     

    하지만 여러 문제를 마주했는데, 

    1. 시간 내에 해야 할 일을 너무 거창하게 잡아서, 시간 내에 끝낸 적이 없다.

    2. 시간을 쪼개서 사용하겠다고 다짐한 일 조차 까먹는다.

    크게 보면 위와 같다.

     

    그런데 어떻게 시간을 적절히 배분하는지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시간을 얼마나 쓸지 미래를 모르는데 어떻게 미리 할당하는가?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은 데이터의 부족인 것 같다.

    내가 하루에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예측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까. 말이 안 되는 행동이다.

     

    AI를 학습시킬 때도 그렇고, 사람이 어떤 일을 설계하는 데도 그렇고, 충분한 관찰이 필요하다.

    어쩌면 내게 필요한 것은 시간을 나눠서 진행하는 시간 배분 보다는, 쓸 데 없는 곳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관찰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평소에 얼마나 쓸 데 없는 데 시간을 사용했는지 돌아보면, 당연히 기억이 전혀 나질 않는다.

    나는 심지어, 오늘 뭐 했는지 저녁에 돌아보는 것도 어렵다.

    뭐를 먹었고 어디를 다녀왔는지 생각도 잘 안 난다.

    그냥 하루를 보낸다.

    내가 지금 뭘 하는지 관심이 있다기 보다는, 매 순간 그 행동들에 너무 깊이 빠져서 나를 관찰할 기회 같은 건 없었기 때문이다.

    3인칭 시점에서 나를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공부 방법

    공부에 왕도가 없다지만, 뭔가 optimal 한 해결책은 있다고 믿는다.

    나름 상황에 맞는 optimal 공부법을 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왔다.

     

    고등학교 2학년, 하브루타 방식의 수업을 접하는 기회가 있었다.

    나는 그래도 수업시간에 질문하는 것을 꺼리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질문을 나름 많이 한다고 생각했지만, 토론하는 사람마다 늘 예상치 못 한 새로운 질문이 있었고, 궁금해했어야 했지만 궁금해하지 않은 내가 너무 아쉬웠다.

    그런 수업들을 접한 후, 갑자기 친구와 함께 철학적 사유(?)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멋진 말로 포장했지만, 별로 깊이감 있는 생각과 질문에는 도달하지 못 했다.

    단순히 과학 책의 단어들을 싹 다 검색해가며, 왜 책에 이렇게 써있는지, 왜 이렇게 가정하고 넘어가는지, 이 단어는 어떤 의미를 갖고 누가 처음 사용했는지, 이 새로운 이론을 만든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했길래 그렇게 멋진 생각을 했는지, 모두 알고 싶었다.

    당연히 이런 내용을 정리한 곳은 없었고, 검색도 잘 못하고 글도 잘 못 읽어서 검색은 별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그냥 이런 질문을 가지고 함께 고민하던 친구와 별 근거 없이 끼워맞추기 식의 토론을 했었고, 즐거웠다.

     

    그 후 시도를 했던 것은 고3 때 인데, (도대체 왜 고3 때 바람이 불어서..?)

    무슨 파란 펜(?) 공부법이라고 해서 파란 색 펜으로 공부하면 잘 된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따라 했던 것 같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질문해가며 공부하기에는 시간도 너무 없다고 판단했고, 도움이 되는 공부방법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다른 방법을 찾고 싶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뭐 내가 파란 펜을 쓰든 빨간 펜을 쓰든, 공부를 안 했는데 무슨 소용이었을까..?

     

    어찌저찌하여 대학교는 들어왔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는 꽤나 성능이 괜찮았던 벼락치기를 자주 하곤 했지만,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와 정말 내가 그 과목에서 제공하는 내용을 완벽히 흡수하는 공부가 많이 다르다는 것도 배웠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는 완벽히 흡수하는 공부의 부분집합인 것 같다.

    나는 어쩌면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만 했던 것 같다.

    궁금해도 안 찾아보고, 시험에 이정도까지는 묻지 않을 테니 더이상 깊게 찾아보지 말자... 라면서 말이다.

    또한 교양 과목이 너무 싫었다.

    왜 공부 해야 하는지 이유를 잘 찾지 못 했고, 자연스레 시험 직전 몇 시간 벼락치기만 해왔다.

    그에 따라 1학년 교양 성적은 지금 총 평점을 깎아먹는 주범이 되었다.

     

    그렇게 1학년을 보내고 군대를 갔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나도 그들의 지적인 재능을 흉내내고 싶었고, 나의 그들의 차이도 알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행동을 할 때 자신만의 기준과 생각이 명확하게 있어서 그에 따른 결정을 내린다는 차이를 알 수 있었다.

    그런 간격을 메꾸고 싶어서 다양한 책을 접하게 되었다.

     

    복학 후 2학년, 지금만큼 하는 게 많지는 않았다.

    군대에서 깨달은 대로,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을 목표로 공부했다.

    생각을 할 때 무턱대고 아주 기본적인 (답이 잘 나지 않는) 수준까지 내려가는 게 아니고, 어느정도 참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는 그런 사실들로 복잡한 개념을 정리하는 게 목표였다.

    시간이 제한적이라 모든 내용을 그렇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생각을 한다고 삽질한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시험 성적은 마음에 드는 정도가 나왔다.

     

    그렇게 3학년 1학기가 돠었다.

    생각하면서 공부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어,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었다.

    마인드맵부터 시작해서 파인만 테크닉 .....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그렇게 다양한 시도를 하느라 수업 내용 필기가 너무 많은 곳에 분산되어 버렸다.

    분산된 필기 내용을 정리하는 데에도 추가적인 시간을 써야 했고, 시간이 없었던 이유를 차지하는 하나의 큰 이유가 이것인 것 같다.

    또한, 다양한 방법을 배웠으면 그 방법들을 적절히 필요할 때 사용하면 되는 것인데, 그 방법으로 공부하겠다는 컨셉(?)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어느 정도 이해된 내용을 굳이 마인드맵으로 추가적인 질문이나 생각 없이 정리만 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 모든 방법이 기초적인 것부터 생각하고 질문하면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로 이어지는 것 같다.

    마인드맵을 이용하는 방식은, 특정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실을 눈에 보이기 쉽게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인 것 같다.

    파인만 테크닉은 특정 개념을 이해하려면 남에게 아주 쉬운 단어들로 설명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게 핵심 포인트라고 생각했는데, 이 또한 결국 복잡한 용어 속에 숨어서 내용을 이해한 척 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방법인 것 같다.

    ...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까?

    생각하며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알았으니, 다양한 공부 방법들의 컨셉에 사로잡히지 말자.

    결국 그런 방법에 의존하는 것도 뭔가 불안감이 있기 때문일 텐데, 그 불안감을 없애는 방법까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불안감이 공부하는 원동력일지도..?

     

    필기는 제발 한 곳에다 하자.

    펜으로 필기하는 게 싫어서 키보드로도 하고 다양하게 시도해봤지만, 필기하는 중 그림까지 쉽게 그릴 수 있는 펜을 이용한 필기가 최적인 것 같다.

    물론 진짜 엄청난 아직 발견 안 된 필기 방법이 있을 수 있으니까, 방학동안 연구해보고 필기를 돕는 앱도 만들어 볼 것이다.

     

    과제를 미루지말자.

    개념을 적당히 이해하고 나면 과제에 살짝의 윤곽이 잡히니까 자꾸만 미루게 된다.

    미뤄서 과제 때문에 공부 못 했다는 핑계 대지 말고, 그냥 과제 나오면 바로 끝내버리자...

     

    바쁘다는 소리 할 시간에 일하자.

     

    사진출처 http://thechangeground.com/archives/1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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